을미년(乙未年)의 시작, 대관령 양떼목장
복슬복슬 두툼한 흰 털. 어디를 그렇게 따라가니? 앞서 가는 친구를 따라 줄지어 우르르 – 어느 한 군데 모나 보이는 데가 없는 온순한 양. 2015년 을미년은 순하고도 진취적인 푸른 양(청양靑羊)의 해다.
생각만 해도 먹먹해지는 가슴 아픈 사건 사고들, 팍팍한 우리네의 현실들도 올 해부터는 양의 모습을 닮아 평화롭게, 그리고 푸른색이 가진 이미지처럼 긍정적이고 활기찼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대관령 높다란 산맥에 펼쳐본다.
처음의 설렘
유려한 곡선을 타고 아래로 위로. 굴곡이 만들어 낸 선을 쫓아서 저 멀리 흐릿한 능선 꼭대기까지 바라보다 보면 어제까지만 해도 심각하게 생각했던 말다툼도 어느새 작디작은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어버린다. 팽하니 돌아섰던 내 속이 너무도 작게 느껴져서 부끄러워지고 만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네준다. 가만히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내비칠 뿐인데 시간의 흐름을 그대로 따르고, 함께 머무는 것들과 공존하는 그 모습에서 우리는 많은 깨달음을 얻곤 한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묵묵히 펼쳐 놓는 대관령 널따란 목장에 서 있으면 세상 속의 작은 나와 오로지 나 뿐 인 내 세계 속의 중심-나를 조화롭게 다독일 수 있을 것 같다.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 보는 시간, 새로운 다짐. 새해의 첫 여행지는 바로 여기일 수밖에 없다.
꿈 속의 알프스, 최고의 전경!
흰 눈이 뒤덮인 대관령의 능선. 온통 하얀 세상이 햇살에 반짝거린다. 발자국 하나 나지 않은 넓은 목장은 새하얀 생크림을 얹은 것만 같다. 나뭇가지 위로 설탕 가루 같이 소복이 앉은 새하얀 눈을 톡-하고 쳐본다. 스르르 떨어지는 눈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은 슬로우 모션을 건 것만 같다. 구불구불 능선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언덕 끝자락에 자리한 작은 대피소가 있다. 바람이 분다고, 오르막을 오르기에 숨이 차다고, 하는 말들은 모두 변명거리가 되어버린다. 이곳 전경을 보고 나면!
양떼 목장 최고의 View로 손꼽히는 대피소. 대관령의 매서운 바람을 견뎌내며 산책로 오르막을 올라온 것이 절대 아깝지가 않으니, 잔말 말고 운동화를 준비하자! 세월의 바람을 겪은 고동색의 나무가 고풍스럽고 빈티지 하게 느껴지는 대피소의 모습은 모두가 원하는 포토존이니 카메라도 셀카봉도 잊지 말고! 내 발 아래로 온-통 새하얀 눈밭이 펼쳐지고, 머리 위로는 새 파란 하늘과 실 뭉치 같은 구름이 둥둥 떠있다! 내가 세상을 둘로 가른 것만 같다. 대관령 양떼 목장의 대피소는 영화 촬영을 위해 지어졌던 세트라고 한다. 언덕배기에 걸쳐진 고즈넉한 분위기가 가슴이 뻥 뚫리는 목장의 전경과도 너무도 잘 어울려 더욱 운치 있다. 게다가 그 뒤편으로는 병풍처럼 둘러친 수려한 대관령 산맥이 떡-하고 버티고 있으니 두고두고 머릿속에서 꺼내 볼 수 있도록 눈 안에 담아 두자.
대관령의 주인은 바로 나! 양의 행복 바이러스
TV 속에, 사진 속에 아름답게 그려지고 보여 지던 그 장소, 대피소를 보았으니 이제 만족한다고? 노-노-! 대관령 목장의 터줏대감, 오동통하고 귀여운 양들의 울음소리를 듣지도 않고 어딜~! 봄과 여름, 가을에는 파릇파릇하고 신선한 풀을 뜯으러 자유롭게 목장 곳곳을 노니는 양들이지만, 목장이 온통 눈으로 뒤덮이고 마는 추운 겨울이 오면 축사에 옹기종기 모여 한 겨울을 난다. 축사에는 건초 주기 체험이 가능한데 대관령 양떼 목장의 입장 티켓이 여기에서 팟팟한 건초로 뒤바뀐다. 메에~ 하는 울음소리가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것만 같다. 복슬복슬 털 뭉치를 몸에 두른 것만 같은 양들. 아담하지만 쭉 뻗은 다리로 어미 양을 쫓는 아담한 새끼 양이 너무도 귀엽다.
축사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양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평화롭다. 가만히 있는 데 미소를 짓고 있는 것만 같은 양의 얼굴을 보며 올 한해는 평온하게 그리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양에게 건초를 주는 것은 위험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바구니에 담긴 건초를 손바닥에 놓거나 손에 들고 양에게 다가가면 양이 아주 맛있게 오물조물 풀을 먹는다. 어린아이가 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이유가 발톱이 있지만 할퀴지 않고, 이빨이 있지만 온순하여 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바구니를 가까이 가져가면 건초를 많이 먹고 싶은 마음인지 홱 하고 바구니를 채 가버린다고 하니 그 점만은 주의하자. 서로 오순도순 턱을 괴고 사람을 구경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친구 머리에 묻은 건초를 탐하고 있었다. 머리에 붙어있는 건초를 누가 먼저 먹을 세라, 잽싸게 야금야금 먹고 있는 양의 모습에 여기저기 행복한 웃음이 터진다.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흔들며 건초를 주는 방문객을 쫓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양들의 천진난만함과 움직임 하나하나에도 조용한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귀여운 새끼 양, 대관령 양떼 목장의 양들을 보며 맞이하는 새해 첫 여행은 따스한 행복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양은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표정을 읽는다고 한다. 우리의 행복이 바이러스처럼 번져 다시 양들에게, 또 다음 방문객들에게 전달 되어질 것 같다.
대관령의 사계절
목장이 품고 있는 자연 그대로, 양떼 목장의 사계절은 그 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하얀 눈이 걷히고 불쑥 솟아오른 새순들이 반가운 봄과 파릇한 잎으로 가득 차는 초여름. 비에 촉촉이 젖은 풀 잎, 서서히 안개가 싸이는 능선. 빨간 옷을 입은 대관령 산새, 그리고 다시 눈에 뒤덮이는 겨울. 대관령의 자연은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그 누구보다 빨리, 그리고 명확히 자신을 나타낸다. 부드러운 능선을 타고 스스로 자라나는 야생 식물들이 초록으로 뒤덮이면 축사에 있던 양들은 목장 풀밭으로 뛰어나온다. 양들이 방목이 되고 나면 양치기 개들은 양 무리를 살피느라 바빠진다. 양들이 어느 정도 제 자리를 찾아 유유자적 풀을 뜯거나 낮잠에 빠지면 그 옆에서 두 다리를 뻗는다.
‘하이디가 살던 알프스의 모습이 바로 이럴 거야.’ 드넓은 초록 풀이 초록 바다 같이 넘실대고, 삼삼오오 단짝들과 함께 다니는지 혼자 떨어지지 않는 양들의 모습이 푹신한 구름 같이 느껴지는.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드넓은 초지와 한가로운 양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푸르게 정화가 되는 것 같다. 내가 양이 된 것인지 막히는 도로에서의 짜증도, 좀 전까지 빨리 빨리를 외쳤던 급한 마음도 여유로움에 한껏 취해 버린다.
웅장한 대관령의 모습이 나를 겸손하게 만들고, 푸르른 목장이 가슴 속 응어리를 속 시원히 뚫어준다. 토실토실 하얀 양들은 마음속에 평온함을, 함께 어울리는 양떼의 모습은 공존하려 하는 우리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양은 사람을 많이 닮아있다. 밝은 기운을 담은 청양,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는 한 해를 대관령 양떼 목장에서 시작해보자.
대관령 양떼 목장
위치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14-64
관람시간 11-2월 9:00-17:30 / 3-4월,9-10월 09:00-18:00 / 5-8월 09:00-18:00
※매표는 폐장 한 시간 전에 마감합니다.
휴무일 설날(음 1.1)과 추석(음 8.15) 당일 휴무
※폭설, 폭우, 번개 등으로 인해 관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사전 예고 없이 입장을 제한합니다.
방목안내 5월 중순-10월 말 진행 (자세한 방목 일정은 홈페이지 참고)
※당일 날씨에 따라(비 또는 안개) 방목을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의 033)335-1966 http://www.yangtte.co.kr/index.php
목장체험료 대인 4,000원/소인 3,500원/경로 2,000원 (단체 할인 및 장애인 할인, 무료입장 대상 확인)
※목장 체험료는 목장관람과 먹이주기 체험을 포함합니다.
주변관광지 월정사, 강릉 경포대 등
찾아가는 길 동서울터미널 → 횡계버스터미널 → 농어촌 버스 이용 또는 택시 이용(8,000원)
함께 하면 더 좋은 음악
Colddplay (콜드플레이) – Every teardrops is a waterfall
Jonsi(욘시) – Go Do
HAIM(하임) – Forever
넬(Nell) – 청춘연가
Michael Jackson(마이클잭슨) – Man in the mirror
Coldplay(콜드플레이) – Viva La Vi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