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 산채백반거리 ‘민속식당’

봄이 가까우니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 그것이 음식이라면 게을러진 몸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고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줄 산나물이 제격이다. 산나물은 각종 비타민 함량이 높아 신진대사와 피로회복을 도와 식탁의 보약이나 다름없다. 비록 지난해 삶고 말려서 저장한 묵나물이지만, 평창의 청정 자연을 담은 진한 향과 구수한 맛은 벌써 봄을 이야기하기 충분하다.

월정사로 향하는 길, 오대산 산채백반거리에는 산나물 식당들이 길게 이어진다. 간판만 봐도 오랜 전통과 고수의 아우라가 영롱한 집이 여럿인데, 여지없이 주차장에 자동차가 빼곡하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고속도로 휴게소가 연상되는 대형 한옥 풍 건물이 눈에 띈다. 최근에 문을 연 ‘오대산먹거리마을’로 산채 전문식당 12 곳에 카페, 편의점, 빵집이 모여있는 먹거리 타운이다. 말끔한 새건물이지만 대부분 지역 토박이가 운영하고 수십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식당도 여러 곳이다. 어느 집을 방문해도 산나물 특유의 향긋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먹거리 마을 식당 중 `민속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직접 채취한 산나물과 야생버섯으로 밥상을 차리는 곳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국내산 콩으로 전통 강원도 막장을 만들어 사용한다니 더욱 기대가 크다. 실내는 원목을 이용한 장식과 기다란 나무 테이블이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준다. 벽에는 산나물 사진에 자세한 설명을 곁들인 액자가 붙어있다. 눈으로 구분하기도 어렵고 매번 이름을 들어도 쉽게 잊지만, 친절한 안내와 설명은 언제나 고맙다. 그중 `민속식당`의 대표가 직접 산나물을 채취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인상적이다. 어부의 식당에서 먹는 생선회나 과수원에서 먹는 과일처럼, 생산자의 집에서 마주하는 먹거리는 특별한 느낌을 준다. 먹거리의 신선함도 좋지만 생산자의 땀이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산채비빔밥과 돌솥비빔밥을 주문했다. 처음에는 산채비빔밥과 곤드레밥을 주문할 계획이었지만, 곤드레밥은 2인분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했다. 산채비빔밥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둘이서 3인분을 먹을 자신은 없어서 곤드레밥 대신에 선택한 것이 돌솥비빔밥이다. 그런데 돌솥비빔밥의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대여섯 가지 산나물이 들기름과 만나서 뜨거운 돌솥에서 한 번 더 볶아지니 그 맛과 향은 더욱 풍부해졌다. 무엇보다 밥상 가득 맴도는 고소한 들기름 향이 대단했다. 돌솥비빔밥을 먹은 필자의 대학생 딸은 ‘인스턴트 음식에 찌든 몸에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건강한 맛’라는 호평을 남겼다. 들기름과 산나물, 양념장과 뜨거운 돌솥 모두의 어우러짐이 놀랍다. 의외의 발견이다. 산채비빔밥도 좋은 편이다. 참나물과 방풍나물 등 나물 모두 부드럽고 향긋하다. 그러나 둘 중 하나를 굳이 선택하라면 단연 돌솥비빔밥이다.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도 수준급이다. 짭조름하고 구수한 강원도 막장의 풍미를 잘 살렸고 직접 만든 두부도 넉넉히 들었다. 더욱 다양한 산나물을 원한다면 20가지 산나물이 나오는 산채정식이 좋다.

민속식당에서 비빔밥이나 반찬으로 나온 산나물 중 특히 인상적인 나물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눈개승마’다. 강원도에서는 비뚝바리, 찔뚝바리라고 부른다. 어린순을 데쳐서 고추장에 무쳐서 먹거나 말려서 보관했다가 묵나물로 먹는다. 숭늉처럼 구수한 맛과 입안 가득 풍기는 쌉사름한 향이 일품이다. 무뎌진 입맛을 깨워 밥을 부른다. 두번째는 곰취다. 비교적 자주 접한 산나물인데, 이곳의 곰취는 이전에 다른 곳에서 먹었던 곰취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맛이었다. 누군가 산나물의 제왕은 곰취라더니 ‘그 곰취가 오대산 곰취였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강렬한 맛과 진한 향의 여운이 길다.

`민속식당`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그런데 식사 후, 오대산 먹거리 마을을 돌아보니 산채 식당들 모두 지나치게 획일화 된 느낌이다. 같은 건물에 자리하니 비슷한 모양의 식당 외관은 어쩔 수 없다 쳐도 메뉴도 모두 같고, 가격도 모두 같은 부분은 단점이 더 많아 보인다. 예측 가능하도록 표준화 되는 것은 좋지만, 각각 식당의 특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가 발품을 팔던지 아니면 손품을 팔아 검색을 하던지 취향에 맞는 집을 찾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래도 대부분 오대산 인근에서 자란 산나물을 사용하고 월정사와 선재길 산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다.

주소: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로 152
전화: 0507-1302-4497
영업시간: 07:00~20:00
메뉴: 산채비빔밥 9,000원, 돌솥비빔밥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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