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홍색 보석이 터져 나오는 천년고찰 선암사
백제시대 창건된 선암사는 많은 사건과 사고 속에서도 여전히 고생창연한, 기품 있는 멋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천년고찰로 유명하다.
승선교(보물 제395호), 삼층석탑(보물 제395호), 대각암 부도(보물 제1117호), 북부도(보물 제1184호), 동부도(보물 제1185호), 대웅전(보물 1311호), 대각암 동종(보물 1561호) 등의 보물 외에도 볼 것이 많아 연일 찾는 이가 끊이지 않는 곳.
그 중 가장 화려하고 찬란한 빛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것은 천연기념물 488호로 지정된 600년 수령의 매화나무 선암매다. 매실을 수확하기 위해 들여온 외래종이 아니라 꽃을 보기 위한 토종 매화로 그 의미가 각별하다는 선암사의 매화나무. 적게는 350년부터 많게는 600년까지, 흰색에서 진분홍색까지 저마다의 고은 빛으로 화사하게 꽃을 피워내는 매화나무 30여 그루가 여기저기서 선암사의 봄을 밝힌다.
비움과 채움의 통로
주차장에서 매표소를 지나 일주문까지 약 1km가량의 숲길을 걷는 동안 마음 속 어둠이 점차 옅어진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에는 봄이면 개나리와 진달래가 곱게 피어나고 여름이면 무성한 푸름, 가을 단풍은 물론이요 깨끗한 눈이불을 덮은 순수한 빛의 겨울 계곡은 지친 마음을 달래고 활기를 불어넣는다.
일주문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승선교는 호암대사와 관음보살 이야기가 전해지는 아치형 돌다리로, 무지개다리로도 불리는 선암사의 대표적인 명물이다. 승선교 다리 사이로 선녀가 내려왔다는 혹은 신선이 오른다는 강선루의 풍경은 그윽한 미를 사방으로 풍긴다.
선암사 일주문은 수많은 화재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화마를 피한 목조건물로 오랜 세월의 멋을, 긴 시간의 따스함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대웅전의 창호는 모두 꽃살무늬로 장식이 되어있고 국내 최대의 괘불을 비롯하여 전각 곳곳에 신비롭고 매력적인 불화가 많다. 대웅전 앞 좌우에 서있는 삼층석탑은 신라석탑의 전형적인 양식을 계승한 것으로 다른 조각이나 장식 없이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선암사 내에는 기와 한 장, 풀 한 포기 그 무엇 하나 허투루 자리한 것이 없다.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역사 깊은 고갯길
선암사가 위치한 조계산 굴목이재는 또 다른 천년고찰 송광사와 선암사를 잇는 고갯길로 예부터 스님들이 오가던 오솔길이기도 하다. 이름난 폭포나 절경도 없다. 산세도 험하고 정상에 오른다 해도 이렇다 할 전망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을 걷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굴목이재 코스는 3시간이면 지날 수 있지만 두 사찰을 들르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넉넉히 5시간에서 6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선암사에서 출발하는 굴목이재 초입의 편백나무숲은 고요함으로 가득하다. 선암사 경내에서 10분 남짓이면 당도하지만 이 숲은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아주 조용하고 한적한 곳. 넓지는 않으나 수령 70년 정도 된 편백나무들이 수직으로 솟구친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편백나무숲을 지나면 그제서야 제대로 된 산길이 나타난다. 가파른 돌계단을 지나면 선암 굴목이재와 송광 굴목이재 사이에 자리한 보리밥집의 구수한 냄새에 누구라도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이 집의 보리밥과 동동주를 목표로 골목이재를 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미식가들 사이에서도 이름난 집이다.
내려가는 길은 다행스럽게도 심심할 만큼 지루한 길이나 소화를 시키며 천천히 걷기엔 딱 알맞은 길이다. 그리고 곧 모습을 드러내는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로 손꼽히는 송광사. 기회가 된다면 아침 일찍 길을 나서 선암사를 돌아본 뒤 보리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차분하게 송광사까지 둘러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SMART INFO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를 이용, 승주 IC로 나오면 선암사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승주읍에서 1번 버스를 타고 45분, 선암사 정류장에서 하차. 순천 종합버스터미널에서 역시 1번 버스를 타도 된다. 1시간 45분 소요.
입장료: 개인 2000원, 학생 1500원, 어린이 1000원 / 주차료 소형 2000원, 대형 3000원
템플스테이: 1박 2일 프로그램, 연중무휴, 성인 40000원 청소년 30000원, 인터넷 및 전화접수(061-754-6250)
산행: 굴목이재 산행은 선암사에서 출발해 송광사에서 끝을 내는 게 쉽다. 샛길이 많지만 이정표가 잘 되어있으니 따라서만 간다면 크게 걱정할 일은 없다.
정상 등정이 목적이라면 선암사에서 장군봉을 지나 큰굴목이재를 통해 선암사로 다시 내려오는 코스를 추천. 총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