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원을 담은 여행, 철원

대한민국의 최북단에 위치하고 있는 철원은 북한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먼 지역이 아닐까 싶다. 한반도의 끊겨진 허리, 그 경계에 자리하고 있는 이 도시는 한탄강 계곡의 맑은 물과 명성산이 어우러져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후삼국시대에 태봉국의 도읍지였던 철원은 현재도 곳곳에 유서 깊은 유적들이 있어 고구려인의 기상을 뿜어내고 있다. 한국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격전지이자 현재도 늘 긴장이 흐르는 땅 철원을 찾는다면, 우리도 작게나마 통일을 염원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의로운 도적 임꺽정을 만나는 곳, 고석정

철원 고석정은 지방기념물 제8호로 철원8경중 하나로 손꼽히며 의적 임꺽정의 전설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조선 명종 때에 의적당의 두목 임꺽정이 고석정 건너편에 돌벽을 높이 쌓고 칩거하면서 부정부패한 관리들에게 가는 조공품들을 탈취하여 빈민을 구제하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또한 고석정은 한국전쟁 당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철의 삼각지대의 정점이기도 하다. 현재는 그저 푸르른 이 물이 당시에는 붉게 물들었을 생각을 하니 아픈 역사가 더욱 마음에 가까이 와 닿는다. 한탄강의 힘찬 물줄기와 주변의 기암괴석들이 어우러지는 광경이 임꺽정의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철원의 으뜸가는 풍경으로 거듭난다. 이 곳 고석정은 국민관광지로 지정 돼 전망대를 비롯한 조망시설이 잘 되어 있으며 한탄강의 물살은 그렇게 강하지 않아 래프팅을 즐기기에도 좋으니 직탕폭포와 순담계곡의 아름다움을 살필 수 있는 래프팅 코스를 누비며 고석정의 정취에 흠뻑 젖어보도록 하자.

고석정
주소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전화번호 033-450-5559
홈페이지 http://hantan.cwg.go.kr/site/hantan/main.do#n

   쏟아지는 물줄기에 마음을 뺏기다, 삼부연폭포

조용한 명성산을 뒷동산 삼아 걷다 보면 어디서 귀를 사로잡는 쏴아아-하는 시원한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따라 발길을 옮기다 보면 높이 약 20M의 3층짜리 커다란 폭포가 내 발목을 잡는다. 3개의 층에는 노귀탕, 솥탕, 가마탕이라고 불리는 3개의 웅덩이가 있는데 후삼국 시대에 이무기 4마리가 이 곳 삼부연폭포에서 도를 닦으며 살다가 그 중 3마리가 하늘로 올라가며 3개의 구덩이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한참을 그 자리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니 그간 나를 옥죄던 걱정과 고민들도 저 거대한 폭포에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이 든다.
다른 이름난 관광지들과 삼부연폭포의 차이점을 꼽자면 바로 주변의 휑함이다. 보통의 관광지들은 주변에 맛집들과 숙박업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데 이는 결국 주변 환경과 자연을 해치는 요소들이 될 수 밖에 없다. 삼부연폭포는 철원군민의 상수원 보호지역으로 선정 돼 있어 주변에 식당이나 매점 등 편의시설이 없다. 이러한 약간의 불편이 존재하지만 눈에 걸리는 것 없이 깨끗한 폭포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너무나 편리한 요즘 시대의 시설들을 잠시 잊고, 휴대폰도 주머니에 넣은 채 천천히 폭포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잠시의 불편이 잊지 못 할 편안함을 선물할 것이다.

삼부연폭포
주소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신철원리
전화번호 033-450-5151

함께하면 좋은 노래
달콤한 소금 – 계절탓이야
윤현상 – 언제쯤이면 (feat.아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