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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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는 유난히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여행할 여유를 주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을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그가 지인에게 쓴 편지들 중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만일 대주교가 나에게 2년마다 여행을 허락하지 않으면, 저는 어떤 자리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아무리 명예롭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직책을 주겠다고 해도 여행할 자유가 없다면 거부했던 그는 또 이런 말도 했었지요. “평범한 사람은 여행을 하던 여행을 하지 않던 큰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늘 같은 곳에만 머물면 나빠집니다.” 한 지역에서만 머무는 것이 재능을 감퇴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여겼던 것이죠. 물론 천재들뿐 아니라 평범한 이에게도 여행은 필요합니다. 게다가 여행은 없던 재능도 생기게  만들지요. 여행이란, 유사 이래 가장 강력한 힐링 수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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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치유한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화시킨다’는 의미라면 여행만큼 쉽고. 빠르고. 강력한 수단이 있을까요? 물론 우리는 음악을 듣고, 연극을 보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며 자신을 변화시키고, 스스로를 치유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여행처럼 강력한 힐링 수단은 없었습니다. 2500년 전의 싯다르타는 여행을 힐링의 방법으로 사용한 대표적 인물이지요. 그는 인도 소국의 왕자로 태어났지만 풀리지 않는 삶의 의문을 풀기 위해 왕국을 떠납니다. 그리고 6년간에 걸친 여행의 끝에서 깨달음을 얻지요. 만약 그가 길을 떠나지 않았다면 부처가 될 수 있었을까요? 싯다르타뿐만 아니라 예수, 마호메트, 마하라시를 비롯 인류의 성자들은 길에서 깨달음을 얻습니다. 예수가 광야에서 보낸 40일은 어쩌면 40일간의 힐링여행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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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힐링의 방법들이 일상에서 이뤄지는 것들이라면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야 가능한 힐링 수단입니다. 그런 여행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힐링’이라는 목적성을 갖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힐링이 된다는 것이죠. 낯선 곳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 새로운 풍경, 새로운 음식들. 그 모든 낯섦은 우리를 하루에 평균 300번을 웃는다고 하는, 어린아이처럼 만들어 줍니다. 일상에서 무뚝뚝했던 사람들도 낯선 여행지에선 어린아이처럼 평소보다 더 많이, 더 자주, 더 크게 웃게 되지요. 평소 때라면 지나쳤을 사건들조차 여행지에선 ‘낯섦’을 배경으로 특별한 사건이 되고, 그 사건은 길의 연금술과 만나 새로운 인식, 사고의 전환, 영혼의 변화를 일으킵니다.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변화시키는 게 힐링의 가장 큰 목적이라면, 여행은 당신을 어린이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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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게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행을 대하는 자세도 중요하지요. LIFE IS NOT A DESTINATION BUT A JOURNEY. 언젠가 캐나다를 여행하다가 그런 문장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삶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이다, 라고. 유람선을 타고 세인트루이스강을 따라가던 길이었고, 강물은 대서양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강을 내려다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죠. 강물이 ‘목적지’인 바다에 대한 생각만 하고, 바다로 가는 사이 만나게 되는 물고기와 하늘과 새들과 별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면 그 시간은 아주 지루할 것이라고. 삶이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임을 안다는 건 결국 과정을 즐기며 살아간다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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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길을 떠나더라도 자동차든, 기차든, 혹은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목적지’만 생각하고 이동하는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면 정말 지루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어떤 이가 말하길, 지루하면 늙는다고 하더군요. 노인의 삶이 지루한 게 아니라, 지루한 일상을 보내게 될 때 늙는 것이라고. 맞아요, 우리의 영혼을 젊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즐거운 놀이가 필요합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류를 ‘호모 루덴스’라고 불렀죠, 놀이하는 인간.

‘목적지’가 어디든 가는 도중에도 놀이를 하세요. 나 혹은 동행한 사람들만의 <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거죠. 우리가 모는 자동차도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봇처럼 트랜스포밍을 한다는 것을 알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출퇴근 시간 이동수단에 불과한 자동차도 여행을 떠나면 동시촬영/동시상영 기능이 장착된 영화관으로 트랜스포밍을 하죠. “여행의 핵심은 목적지가 아니라, 가는 도중에 있다”고 믿으며 시동을 걸면 차창은 스크린이 되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필름이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제목은 <OO으로 가는 길> 그리고 당신이 준비한 음악은 <OO으로 가는 길>의 OST입니다. 당신이 촬영하고, 동시에 상영되는 영화관 놀이를 하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닿아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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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이 곧 여행이다라는 말을 종종 합니다. “인간의 주소는 집이 아니라, 길이다”라고 말한 작가도 있듯이. 그렇게 우리가 여행길에 오를 때마다 과정을 즐기는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새 ‘삶에서도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나는 믿습니다. 어쩌면 ‘목적지’라는 건 영화의 가장 마지막에 올라가는 엔딩타이틀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누가 무슨 역을 맡았고, 누가 촬영을 했고, 그런 자막으로만 가득 찬. 진정한 알맹이는 영화가 시작되고 엔딩타이틀이 올라오기 전 ‘과정’에 있지요. 과정을 즐기는 자가 행복하다는 건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면 금방 시들해지고 어느새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인간이기 때문이겠지요. 모두들 새해에는 더욱 멋진 여행을 통해, 더 멋진 삶의 여행자가 되길 바랍니다.

 

2015년 여행을 탐하다 1월호 여행작가 노동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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