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적인 거리 풍경이 이색적인, 익숙하고도 낯선 동네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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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속의 작은 지구촌이라 불리는 이태원. 혹자는 이태원에 가면 자고로 이곳이 한국인지 외국인지 분간이 안될 만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속에서 신나는 클럽 음악에 몸을 맡기거나 탁 트인 테라스에 앉아 크래프트 비어를 마시며 서울의 밤 풍경을 즐기는 것이 이태원의 묘미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이태원의 낮은 어떨까. 다소 한산하면서도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 화려한 밤과는 또 다른 느낌의 이국적인 거리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골목 사이사이, 밤에는 보이지 않던 이색적인 가게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한 이태원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도심 속 또 하나의 여행지다.

 

   유럽의 벼룩시장에 온 듯한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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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광채를 잃지 않는 가치를 지닌 빈티지의 매력.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뒤섞여 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태원에 가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빈티지한 감성을 즐길 수 있는 거리가 있다. 해밀턴 호텔 맞은편인 이태원역 3번 출구 또는 4번 출구로 나와 보광동 쪽으로 걷다 보면 펼쳐지는 앤틱가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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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미군이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남긴 가구를 팔기 시작해 자연스레 형성된 앤틱가구거리에서는 마치 외국 영화에서 본 듯한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소품들이 좌우로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이에 국내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서양 골동품은 물론 각양각색의 홈데코 및 인테리어 소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정통 프랑스 앤틱가구와 소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모아앤틱’, 영국과 미국에서 수입한 다양한 조명 등을 판매하는 전문 조명매장 ‘일로앤틱’, 내추럴한 린넨커튼, 앤틱가구와 잘 어울리는 화이트침구, 컨츄리풍의 키친웨어 등 빈티지 쉬크 스타일의 리빙 셀렉트샵 ‘샐리가든’, 영국의 다양한 가구, 빈티지 소품을 판매하는 ‘심스앤틱’ 등 클래식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유럽피안 앤틱과 빈티지를 접할 수 있는 특화된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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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해마다 봄, 가을이면 4일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ANTIQUE VINTAGE FAIR’는 이 곳을 대표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처음 벼룩시장으로 시작해 현재는 행사가 확대된 것으로 얼마 전 열린 축제기간 동안엔 전국에서 개성 있는 인테리어 소품을 찾는 콜렉터들로 이태원 앤틱가구거리가 인산인해를 이루기도 했다.

카메라 셔터를 당장이라도 누르게 만드는 칠이 멋스럽게 벗겨진 테이블부터 낡은 느낌의 나무의자, 고풍스런 패턴의 찻잔 세트, 아기자기한 장남감들까지. 굳이 매장에 들어가보지 않아도 기분 좋은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이 거리에서는 사람의 오랜 손길과 숨결을 지닌 빈티지 가구와 지난 시절의 정취를 따스하게 담고 있는 골동품들을 마치 보물찾기 하는 기분으로 구경 하다 보면 마치 유럽의 벼룩시장에 온 듯한 설렘은 덤이요. 문득 세상에 하나 뿐인 아이템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나치기엔 아쉬운 이태원 미술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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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또 하나의 랜드마크이자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남산 자락에 세워진 삼성미술관 리움(leeum). 이태원의 메인 거리에서 조금 벗어나 꼼데가르송길에서 리움으로 향하는 꼬불꼬불한 산책길은 짧지만 호젓한 여유로움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아 연인들의 산책로로도 인기가 많다.

“누군가 도시를 지나다 신비한 모습에 이끌려 리움에 오겠지요.” 리움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의 말처럼 리움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매력적인 곳이다. 삼성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국보와 고미술품을 비롯해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세계적인 미술품으로 그 가치를 빛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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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3개로 구성된 미술관 각각의 건물들은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 장 누벨(Jean Nouvel), 렘 쿨하스(Rem Koolhass)가 설계하여 소장품과 조화를 이뤄 그 자체로 한 폭의 작품과 같다. 뿐만 아니라 리움 야외공간에는 73개의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공을 15m 높이로 쌓아 올린 애니쉬 카푸어의 작품 ‘큰 나무와 눈(Tall Tree and The Eye)’이 우뚝 솟아있는가 하면 오목거울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현기증(Vertigo) ‘과 하늘 거울 (Sky Mirror)은 관람객들을 한동안 작품 앞에 머물게 한다.

한편 개관 10주년을 맞은 삼성미술관 리움은 현재 미술관 전체를 ‘교감(交感)’을 주제로 한 기념전을 열고 있다. 최초의 전관 전시로 이뤄지는 이번 전시회는 한국 고미술을 선보이는 MUSEUM 1(M1), 국내 및 해외 미술품을 전시하는 MUSEUM 2(M2), 그리고 기획전시실과, 그라운드 갤러리, 로비 공간까지 ‘교감’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구성하였으며 12월 21일까지 국보급 유물 등 국내외 작품 2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남다른 동네, 이태원 옆 경리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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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좀 와봤다 하는 사람들은 해밀턴 호텔 근처 메인 거리의 볼거리도 가득하지만, 사잇길로 빠졌을 때 만나는 이색적인 가게들에 더욱 마음을 뺏기게 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동네를 산책하듯 자박자박 둘러보기 좋은 경리단길이 있으니, 이태원에서 시작해 경리단길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특별하고, 무심해 보이지만 트렌디한 게 매력인 경리단길은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 앞 국군재정관리단에서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이어지는 약 1킬로미터 정도의 오르막길을 가리킨다. 행정구역상 정식 명칭은 ‘용산구 이태원 2동 회나무길’이지만 초입에 있는 국군재정관리단의 옛 이름이 ‘육군중앙경리단’이었기 때문에 ‘경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길은 늘 붐비는 이태원 역 근처보다 조금은 조용하고 여유로운 모습이다. 물론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이국적인 음식점들과 곳곳에 보석처럼 숨어 있는 맛집들 때문에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지만 평일에는 핫플레이스라기보다 흔한 동네라는 느낌이 더 강할 정도. 하지만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골목 사이사이엔 촘촘하게 들어선 채 저마다의 개성으로 뽐내고 있는 카페, 펍 등이 옹기종기 고개를 내밀고 있어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느새 외국인들과 어우러져 마치 유럽의 어느 골목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진정한 홈메이드 튀김과 상큼한 맥주로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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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 데이트 코스의 핵심은 바로 음식이다. 경리단길 골목, 무심코 휙 지나치기 쉬운 구석진 곳에 아늑한 분위기의 여자를 위한 맥주집이 있다. 반 지하 주택을 개조한 『살롱 프라이드』. 마치 친구네 집을 방문하는 것처럼 가정집 대문을 배꼼이 열고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감미롭고 매혹적인 음악이 먼저 반기는 이 곳은 부엌, 거실, 방이 있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아늑한 조명 아래 빈티지한 가구와 소품들로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친구 방을 구경하 듯 구석구석 진열된 소품들을 구경 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한쪽 벽면에 진열된 앤틱한 액세서리들은 감성적인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살롱 프라이드』 인기 메뉴는 바로 정성 가득한 수제 튀김과 맥주다. 주문과 동시에 손질을 시작해 나오는 튀김은 바삭바삭한 식감이 일품. 진정한 ‘홈메이드’ 튀김이다. 거기에 다양한 소스가 함께 곁들어지니 시중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맛을 선사한다. 더불어 주인장이 직접 만드는 청포도와 블루베리 맥주 또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 도수가 낮고 과일 향이 살아있어 고소한 튀김에 상큼한 맥주를 곁들이면 이태원에서의 완벽한 데이트를 완성한다.

 

[이국적인 감성을 더해주는 음악]
Sidney Bechet – Si Tu Vois Ma Mere
Keira Knightley – Lost Stars
Bill Withers – Ain’t No 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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