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걸으면 반칙! 천천히, 조금 더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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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던 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지고, 낮이면 두툼했던 외투를 입고 벗기를 반복한다. 문득 싱그러운 감수성과 풋풋함이 그립기까지 하다. 이는 봄이 가까이 왔으니 웅크렸던 몸을 펴고 밖으로 나오라는 손짓이 아닐까. 그리하여 봄을 조금 더 빨리 만나기 위해 드넓은 바다를 건너 푸른빛으로 넘실대는 따뜻한 남쪽 섬마을, 청산도로 향했다. 걷는 것만으로 충만한 에너지가 채워지고 새록새록 봄기운이 온 몸을 감싸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곳. 산도 바다도 하늘도 모든 것이 푸르다 하여 이름 붙은 ‘청산도(靑山島)’에서의 느리지만 가슴 뛰는 한 걸음 두 걸음.

 

 

   느린 걸음으로 조금 더 빨리 만나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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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국토의 최남단 완도까지 5시간 30분. 그리고 완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50분 남짓 바다를 건너면 따뜻한 기온과 푸르름으로 둘러싸인 섬마을 청산도와 마주한다. 청산도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두 발이 느려진다. 바삐 부대끼고 사는 뭍과는 전혀 다른 세상처럼 보이는 이곳이 한편으로는 외롭고 심심한 섬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아담한 돌담길과, 황톳길, 유채꽃과 청보리밭 사이 사이를 걷다 보면 이내 고요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고민은 어느새 사라지는 법.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선조들이 읊조리며 염원하던 그 대상이 아마도 이 곳과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청산도. 이 곳은 CNN이 선정한 한국의 명소이자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다. 사계절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가 하면 그 면적 역시 작아 느리게 걷기 제격이다. 더구나 봄이 되면 싱그러움에 파묻히고 싶을 정도로 그야말로 유채꽃 천국을 이루는 천혜의 섬이다. 이에 청산도에서 빠르게 걷는 것은 곧 반칙이니, 생활 속에서 걷던 속도의 절반 정도로 느리게 걸어보자. 걷다 보면 평소 보지 못하고 스쳐갔을 법한 자연의 생명력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하니 어느새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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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의 슬로길 100리(42.195㎞)는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걷기 명소로 20여분의 짧은 거리에서 길게는 2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11코스 17개의 슬로길로 조성되어 있다. 도청항에서 시작해 미항길-동구정길-서편제길-화랑포길로 이어지는 제1코스(5.71km, 90분 소요), 해안절경의 운치를 즐길 수 있는 사랑길 제2코스(2.1km, 48분 소요), 청산도의 오랜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볼 수 있는 제3코스(4.54km, 88분 소요), 낭떠러지의 신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낭길 제4코스 (1.8km, 40분 소요), 청산도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범바위길 제5코스 (5.54km, 125분 소요), 구들장논이 펼쳐진 논길을 따라 걷는 구들장길 제6코스(5.115km, 82분 소요), 마을 전체가 돌담으로 이루어진 정겨운 돌담길 제7코스 (6.21km, 136분 소요), 청산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를 맞이할 수 있는 해맞이 길 제8코스 (4.1km, 77분 소요), 야생 들국화와 곱게 물든 단풍나무와 함께 걸을 수 있는 단풍길 제9코스 (3.21km, 55분 소요), 청산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노을길 제10코스(2.67km, 51분 소요), 골목 골목 길을 찾는 재미와 마을의 소소한 일상까지 만날 수 있는 미로길 제11코스 (1.2km, 21분 소요)까지.

슬로길은 섬 내 주민들이 마을 간의 이동로로 이용되던 길이다. 그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하여 ‘슬로길’이라 부르게 된 것. 슬로길을 모두 걸으려면 15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에 이곳에서 좀 더 머물 수 있는 2~3일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돌아보며 청산도만의 매력을 자세히 들여다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 특히, 각각의 코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청산도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지칭하는 ‘청산팔경’에 집중하다 보면 이 작은 섬의 기운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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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순풍에 돛 달고 만선하여 돌아오는 흐뭇한 어부의 표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목섬(제1경 항도귀범)부터 붉은 홍시마냥 온통 수줍게 물든 하늘과 금가루 뿌린 듯 반짝이는 바닷물이 섬 사이를 흐르며 장관을 연출한다는 오산(제2경 오산낙조), 청아한 목탁소리가 산자락을 휘감고 사방으로 멀리 퍼진다는 대봉산 백련사(제3경 대봉연사), 밤에 내리는 비가 높은 산봉우리를 적시고 안개와 모락모락 피어 오른 김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는 대성산(제4경 대성야우), 옛 성터의 한적한 산마루에 구름도 돌아간다는 고성산(제5경 고성귀운), 화랑포의 해무가 휘감으며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하는 보적산(제6경 보적청람), 아침안개가 걷혀지자 바위 위의 호랑이가 기지개를 펴고 선다는 범바위(제7경 호암숙무), 달 밝은 가을하늘에 우뚝 선 봉우리가 구름을 가리고 고개를 든다는 매봉산(제8경 응봉추월)까지 청산도를 대표하는 8개 명소를 기억해 둘 것.

반면 슬로길을 짧지만 알차게 즐기고 싶다면 영화 및 드라마 등에서 등장했던 제1~3코스의 주요 구간만 들려보는 것도 추천한다. 청산도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시작하는데 큰 역할을 한 영화<서편제>의 고즈넉한 돌담길부터 최근 종영한 SBS드라마 <피노키오>에서 보여준 동화 같은 풍경 등 단어 그대로 영화, 드라마 속 한 장면 같은 아름다운 해안과 풍광을 눈으로 직접 즐기며 자연 속을 일주 할 수 있다. 호젓하게 걸어도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가슴 설레게 하는 섬, 꼭 가고 싶은 촬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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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는 영화·드라마 감독들이 사랑한 촬영지다. 1996년 영화<서편제>를 시작으로 드라마<봄의 왈츠>,<피노키오> 등 청산도를 배경으로 감성적인 영상미를 선보였고 덕분에 국·내외 관광객들의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는 여행지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SBS드라마<피노키오>의 1-2회에 ‘향리도’라는 가상의 이름으로 주인공들의 학창시절 로맨스를 더욱 달콤하게 만들었던 배경이 되었다. 극중 달포(이종석)와 인하(박신혜)가 성장하는 공필(변희봉)의 집을 비롯해,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함께 걸었던 길, 함께 배를 타는 곳 등이 모두 청산도에서 촬영을 진행하며 ‘향리도’로 새롭게 재창조한 것. 이는 아름답기에 더욱 강렬히 기억에 남은 명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며 청산도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욱 부추겼다.

출·도착지가 되는 도청항에서 <피노키오>세트장까지는 약 1.8km로 길지 않은 거리다. 더불어 <서편제>의 돌담길과 황톳길, <봄의 왈츠>세트장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먼저 도청항에서 내려 큰길을 따라 걷다 보면 뭍에서 온 손님을 반기는 느림의 종을 만날 수 있다. 느림의 종에서 언덕을 오르면 좌측으로는 <서편제>와 <봄의 왈츠> 촬영지인 당리마을, 우측으로는 슬로길 제1코스가 보인다. 영화<서편제>에서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구불구불한 돌담길을 걷는 장면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된 것으로 당리마을로 가는 벽에는 화가들의 작품이 수십 점 걸려있어 심심함을 덜어주는가 하면 소나무 해안가 주변으로는 어촌 특유의 활기와 이곳 주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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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울창한 소나무길을 지나면 서편제길과 <봄의 왈츠>세트장에 다다르는데 높은 언덕에 자리잡은 하얀 집에서 바라보는 청산도의 풍경은 가히 봄의 색이 입혀진 한 점의 작품 같다. 그 다음 화랑포길로 발걸음을 이동하면 드라마<피노키오>세트장이 나온다. 드라마 시작과 함께 ‘피노키오 촬영지’, ‘피노키오 섬’으로 불리며 화제가 되었던 섬은 청산도의 청정한 풍경과 따뜻한 분위기 속에 달포(이종석)와 인하(박신혜)의 러브스토리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드라마 속 순수했던 주인공들의 감성 또한 청산도와 무척이나 닮아있어 영상미의 그 깊이를 더했다. 시선이 닿는 어디든 청산도의 푸릇푸릇한 생동감이 느껴지는가 하면 눈과 마음까지 정화되고 맑아지는 기분이랄까.

한편, 청산도로 들어가는 여객선은 운항 기간에 따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1일 5~15회 출항하고 있으며, 입항시간에 맞춰 ‘청산나드리 마을버스’도 운행 중에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전통이 살아있는 아름다운 섬에서의 색다른 매력 체험이 될 수 있으므로 참고 할 것. 온 데를 둘러봐도 ‘청산’인 이 곳 슬로길을 느리게 걷고, 즐겁게 걸으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벗 삼아 행복을 느껴보고 여유로움을 충전해보자.

주소 : 전남 완도군 청산면 도청리 1143
완도연안여객선터미널 : 061-552-0116
문의 : 061-552-0809 www.cheongsando.net

 

[청정한 섬 여행에 함께하면 좋은 음악]

이한철 – 모든 게 아름다워
짙은 – Sunshine
양양(YangYang) – 같이 살자 (with 이상순)
윤하 – 뜨겁게 나를 (드라마 피노키오 OST)
로이킴 – 피노키오 (드라마 피노키오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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