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기 좋은 ‘봄’길, 북악 팔각정의 반전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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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 팔각정은 나쁜 남자에 가까운 반전매력을 가지고 있다. 해가 완전히 저문 시간, 차로 북악산의 구불구불한 드라이브 코스를 지나 꼭대기에서 만나는 팔각정 전망대. 그곳에서 내려다 보는 서울 야경 앞에서는 없던 감성도 그 순간만큼은 되살아날 정도. 남녀 사이, 흔히 말하는 ‘썸’ 타는 과정 중 한번쯤 가봐야 하는 명소로 손꼽힐 만도 하다. 그런가 하면 낮에 마주하는 팔각정은 밤과는 다른 맛을 보여준다. 마치 차가움 속에 따뜻한 인간미를 갖춘 남자처럼 꽤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매력적인 곳이라고나 할까. 평소 밤공기와 함께 자동차로 시원하게 도로 위를 달리며 북악 스카이웨이를 찾았다면 이번에는 매끈한 자동차 대신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보행자가 되어 천천히 걸으며 팔각정을 찾아가보자. 겨우내 눅눅했을 몸을 보송보송 말려줄 만큼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봄날, 함께 손잡고 거닐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코스다.

 

 

   따뜻한 바람을 따라 봄날의 산책

북악스카이웨이는 서울 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인왕산과 북악산을 오르는 도로다. 북악산 능선을 따라 자하문에서 정릉 아리랑고개까지 동북으로 뻗친 길로 그 중간지점에 위치한 팔각정은 한국의 전통미를 살린 한옥형 정자로 북악스카이웨이의 필수 경유 코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시작해 약 1시간 정도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팔각정까지 어렵지 않게 도착할 수 있다. 또한 굽이진 길을 따라 팔각정으로 향하는 길 중간엔 만해 한용운 선생의 생가인 ‘심우장’과 법정스님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길상사’ 등도 만날 수 있으니 잠시 들러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코 끝을 스치는 봄 바람과 맑은 하늘, 푸릇푸릇한 새싹들이 따뜻한 하모니가 되어 마음에 기분 좋은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팔각정에 가까워질수록 양쪽으로 잘 가꿔진 가로수와 관상수들 덕에 오르막에서도 멀찌감치 서울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으니 느리게 걸으며 봄의 소리를 들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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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마주하는 팔각정의 매력은 무엇보다 여운과 풍광에 있다. 팔각정 전망대에서 남산과 한강, 63빌딩 등 서울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맑은 날 위에서 내려다 보는 탁 트인 풍경과 멋들어진 능선은 밤에는 발견할 수 없었던 또 다른 매력으로 시선과 마음을 단번에 빼앗아 버린다.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산세와 그 속의 수많은 건물들은 마치 어미 새 품에 안긴 아기 새들 같기도 하다. 거대하고 삭막할 것만 같던 서울 또한 연약하고 작은 생명이라고 말해주는 듯 같아 팍팍한 세상살이에 바싹 메마른 감성을 촉촉히 적셔준다.

해발 342m의 팔각정 공원 내에는 쉼표로 가득한 공간들이 곳곳에 있다. 아늑한 분위기 속에 허기를 채우고 담소를 나누기 좋은 레스토랑과 산책하며 가볍게 마실 수 있는 테이크아웃 커피숍 등이 있어 북한산과 서울의 도심 전경을 분위기 있게 즐길 수 있다. 여기 저기에 놓여있는 벤치들과 조각상, 커다란 장독대과 원두막 또한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정경으로 여유와 즐거움을 더한다. 그런가 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심을 전하세요’ 라며 우두커니 서 있는 느린 우체통은 그 크기와 색깔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호기심을 동반한다. 편지를 부치고 1년 뒤 주인을 찾아가는 느린 우체통 이용 방법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바로 옆 레스토랑에서 인화한 뒤에 사진 뒷면에 직접 편지 내용을 쓰고 우체통에 넣으면 1년 뒤 그 편지를 받아볼 수 있다. 손 편지 쓰는 것이 특별한 일이 되어버린 요즘, 사랑하는 사람에게 애틋한 마음을 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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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살면서 이 도심의 풍경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몇 번이나 있을까. 봄날 북악 팔각정으로의 걷기는 평소 익숙했던 풍경도 조급함을 버리면 이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즐거움을 깨우쳐준다. 더욱이 사랑하는 연인과 손을 맞잡고 함께라면 두말 할 것도 없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북악산로 267
문의  02-725-6602
bukak-palgakjeong.tistory.com

 

[걸으며 함께 듣기 좋은 음악]
라이너스의 담요 – Picnic
자우림 – Something Good
마마무 – Love Lane
동경소녀 – 완벽한 봄날
서인국 – 봄 타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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