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과 함께 흐른 600년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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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가을이 지닌 찰나의 화려함을 나무라듯 천천히 사그라지는 모든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는 11월. 왠지 허전하고 왠지 쓸쓸하다. 그렇게 점점 비워지고 있는 시간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외부로 향하던 시선은 자연스레 내 안으로 옮겨온다. 가을도 아니고 아직 겨울도 아닌 시기에 겸허한 마음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만큼 좋은 여행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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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백 년의 역사와 전통의 안동 하회마을.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불리는 안동. 그 중에서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하회마을을 빼놓고 안동을 논할 수는 없다. ‘하회(河回)‘라는 이름은 낙동강 물줄기가 ‘S‘자 모양으로 마을을 동, 남, 서, 북의 순서로 감싸며 흐른다고 해서 붙여졌다.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豊山 柳氏) 가문이 600년이 넘는 세월동안 터를 잡고 있는 곳이다. 하회마을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좁은 골목길을 샅샅이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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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에는 여러 고택들이 즐비하지만 가장 으뜸은 ’양진당(養眞堂)‘이다. 양진당은 풍산 류씨의 대종가(大宗家)로 조선시대의 문신 류성룡의 형인 류운룡의 종택이다. 솟을 대문을 들어서면 집인데도 불구하고 누각처럼 느껴진다. 바로 상습적인 침수지역인 탓이라고 한다. 그렇게 풍산 류씨의 집들을 돌아보며 그 집들 사이로 난 좁디좁은 흙담 골목길을 걷노라면 어느새 600년 전의 시간을 걷는 듯 과거와 현재가 교차한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하회를 전부 보았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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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가 가진 진정한 아름다움은 하회마을에서 하룻밤을 청한 다음, 이른 새벽 만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 만송정에서 새벽안개를 보지 않고서는 오롯이 하회를 품었다고 할 수 없다. 은근히 피어오르는 소나무밭의 물안개 속에서 내 안으로 들어간다. 과거인 듯 과거 아닌 듯, 현재인 듯 현재 아닌 듯 몽롱한 기분으로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 걸까. 하회마을에서 길을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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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떨기 연꽃절벽, 부용대

하회마을 안에서는 이 마을의 이름인 ‘하회’가 느껴지지 않는다. 낙동강 물줄기가 ‘S‘자 모양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면 부용대로 가야한다. 보기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짧은 시간이지만 숨이 턱턱 차오를 만큼 수고로운 발품을 팔아야 오를 수 있는 부용대다. 아름다운 모습은 그냥 보여주지 않는다고 했던가. 무려 70m의 깎아지른 절벽 부용대에 서면 다리가 후들후들하지만 그곳에서 바라보는 하회의 황홀한 S라인에 절로 넋을 놓게 된다. 굽이굽이 골목을 걷고 있을 때와는 다른 정돈된 모습의 하회는 낙동강의 물줄기와 어우러지며 마을이 거대한 한 송이 연꽃처럼 보이니 말이다. 하회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부용대는 매년 가을 안동국제탈춤 페스티벌 토요일밤에 열리는 하회 선유줄불놀이의 장소로 더 유명한 곳이다. 만송정과 부용대 사이에 불 줄을 매고 매듭진 마디마디에서 불꽃을 터뜨리는 선유줄불놀이는 양반의 고급진 놀이문화이자 가을 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최고의 풍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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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자와 해학의 한마당 하회별신굿탈놀이

하회마을에는 양반들의 놀이인 선유줄불놀이가 있다면 서민들의 놀이인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있다. 흔히 안동 하회탈춤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의 정확한 명칭이 바로 ‘하회별신굿탈놀이’다.  ‘별신굿’이란 약 500년 전부터 3. 5. 10년마다 또는 서낭신의 신탁이 있을 때 치르는 마을의 안녕을 비는 마을제다. ‘탈놀이’는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는 놀이지만 실제로는 그 시대 지배계급인 양반이나 종교인인 중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일반 백성들의 고달픈 삶을 풍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안동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총8개의 마당으로 구성되며 주지승, 각시, 중, 양반, 선비, 초랭이, 이매, 부네, 백정, 할미가 등장해 파계승에 대한 비웃음과 양반에 대한 신랄한 풍자에 해학을 곁들어 관객의 배꼽을 쥐락펴락하는데 묘하게도 요즘 현실과도 닮아있다. 엄격한 유교사회이자 양반의 집성촌인 하회마을에서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풍자적으로 표현해 놀이로 만든 탈춤이 있다는 것은 놀라울 정도다. 고도로 문명이 발달한 오늘 날의 사회에서도 ‘을’이 되는 사회적 약자는 목소리조차 내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하회별신굿탈놀이에 존경심마저 품게 된다.

Tip. 하회마을 안에 위치한 하회마을 상설공연장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하회마을 입장료만 내면 별도의 입장료 없이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공연시간은 약 1시간으로 100% 안동사투리로 진행되며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 일어, 중국어까지 동시통역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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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하회마을
이용시간 하절기 09:00~19:00 동절기 09:00~18:00
입장료 일반 3,000 청소년 및 군경 1,500원 어린이(초등학생) 1,000원
하회별신굿탈놀이 1월~2월 매주 토, 일(주2회), 3월~12월 매주 수, 금, 토, 일(주4회)  7~8월 매주 수, 목, 금, 토, 일(주5회)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전서로 186-10
전화 054)854-3669
홈페이지 http://www.haho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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