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그리움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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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라는 노래 한 곡 때문에 해마다 봄이면 선운사에 가 보고 싶었다.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이 선운사 동백꽃 숲에서 후두둑 눈물처럼 지는 꽃을 보면 그만 못 떠나실 거라는 노랫말은 애달팠다. 봄에 눈물처럼 지는 동백꽃을 보여 줘가며 잡고 싶었던 님은 떠났고, 가을이 되니 그 자리에는 붉은 꽃무릇이 그리움이 되어 피어났다. 님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지는 가을,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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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슬픈 추억 수만 송이, 꽃무릇

선운사 입구의 생태공원에서부터 도솔암에 이르는 약 4km의 길에는 온통 꽃무릇 천지. 흡사 붉은 융단을 깔아 놓은 듯하다. 잎도 없는 야리야리한 꽃대에 피어나는 꽃무릇은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슬픈 추억’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꽃무릇은 꽃이 진 후 잎이 돋아나기에 영원히 꽃과 잎은 만날 수 없는 태생적으로 슬픔을 품고 있는 꽃이기도 하다. 슬픔을 품은 화려함은 처연하고 그 처연함은 더없이 찬란하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슬픈 추억이 칙칙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눈물처럼 지는 동백꽃으로 유명한 선운사지만 슬픈 추억이 화려한 가을 꽃무릇을 보지 않고는 선운사를 갔다고 하지 말자. 무릇 가을에는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는 법이니까.

Tip. 고창 선운사에서 열리는 2015 선운문화제의 일환으로 꽃무릇 시화전이 천왕문 앞에서 10월 3일 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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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세루 기둥에 기대어 느끼는 선운사 극락

선운사 도립공원 매표소에서 선운사까지 도솔천을 따라 약 20여분 걷는다. 국내 최고의 단풍출사지인 도솔촌은 가을채비가 한창이고 곳곳으로 수만 송이 꽃무릇이 붉게 물들어 선운사로 향하는 발길을 붙든다. 입구에서 구매한 복분자 음료가 바닥을 보일 즈음 선운사에 도착했다. 도솔산에 자리 잡은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에 고승 검단(檢旦, 黔丹)선사에 의해 창건된 천년고찰이다. 선운사는 보물인 대웅전을 비롯해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지만 가장 인상적인 곳은 만세루다. 대웅전과 마주보고 있는 만세루는 스님들이 설법하던 강당이었다. 현재는 직접 기른 찻잎을 우려 방문객에서 무료로 차를 제공하는 곳으로 선운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다. 특히 대웅전을 짓고 남은 목재를 재활용해 지어진 만세루는 통나무를 그대로 이용해 기둥과 대들보를 삼은 개방형의 공간으로 하나같이 모두 제각각이다. 휘어진 만세루 기둥에 등을 기대고 절집이 내어준 넉넉한 인심 한 잔을 마시는 즐거움이야말로 극락(極樂)이요 더 무엇을 바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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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주소 전북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
전화 063-561-1422
홈페이지 http://www.seonunsa.org/
입장료 성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

Tip. 고창군 문화유산해설사가 상주 근무하고 있다. 선운사에 대한 소개 및 사찰안내를 받고 싶다면 선운사 문화유산 해설사의 안내는 필수다. 선운사 문화유산 해설사 사무실 064-560-8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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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온 듯 다녀가라는 도솔암

선운사에 와서 도솔암을 가지 않는다는 것은 선운사를 반만 본 것이다. 선운사에서 도솔암까지 약 4km에 이르는 트레킹 코스는 약 20여분 정도 소요되며 여름에는 신록이, 가을에는 단풍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물론 이 길에도 꽃무릇은 지천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무난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은 잠깐 동안이지만 내금강이라는 별명을 가진 도솔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도솔암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멋진 트레킹이 아니다. 동양최대의 마애불과 내원궁의 지장보살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높이 40m의 암벽에 새긴 마애불은 서산 마애삼존불과는 또 다른 아우라가 풍긴다. 이무기가 서해로 도망가기 위해 뚫은 용문굴을 비롯해 서해의 낙조까지 품을 수 있는 낙조대며 선운사 못지않은 볼거리를 가진 도솔암. 그 분위기에 취해 한껏 목소리 높아지려는 찰라 눈에 띈 문구하나. 아니온 듯 다녀가라는 도솔암. 아차! 들뜬 분위기는 어느새 고요하고 정갈한 산사의 깊은 침묵으로 초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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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암
주소 전북 고창군 아사면 도솔길 294
전화번호 063-564-2861
홈페이지 http://www.dosola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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