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당일치기, 벽초지문화수목원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 위치한 『벽초지문화수목원』. 碧(푸를 벽) 草(풀 초) 池(연못 지) 글자 그대로 푸른 식물과 연못이 어우러진 정원이란 뜻이다. 약 1,400여종의 관목, 교목, 야생화 및 초화류의 식물들을 볼 수 있는 이 수목원은 어느 것 하나 버릴래야 버릴 수 없을 정도로 곳곳에 자연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또한 ‘벽초지’라는 이름은 생소해도, ‘어? 여기?’ 하는 소리가 절로 나는 익숙한 곳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꽃보다 남자> <식객> <자이언트> <로맨스가 필요해> 등 영화와 드라마뿐만 아니라 CF촬영지로도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기 때문.

 

수목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꼭꼭 숨겨둔 신비로움을 간직한 비밀 정원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수목원은 ‘벽초지’라 부르는 커다란 연못이 있는 수목공원과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조각공원으로 크게 나뉘어 있는데 입구에 들어서면 ‘빛솔원’과 ‘퀸즈가든’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세월의 한파를 이겨내고 어느덧 수목원의 상징이 된 ‘빛솔원’의 소나무 두 그루 그리고 단아하고 세련된 유럽스타일 ‘퀸즈가든’의 미로를 연상시키는 길, 작은 바위와 벤치 등이 농익은 가을 풍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서양화를 연상시킨다.

중앙 분수대를 중심으로 적절하게 늘어선 서양의 조각상과 허브 정원, 물방울 가든 등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사람 손을 제대로 탄 듯한 단아하고 깔끔한 형태의 정원이 유럽의 어느 저택의 정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하며 즐거움을 더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새 정원과 물아일체가 되니 발걸음은 조신조신, 시선처리는 고상하게, 맵시를 부리며 걷게 된다.

그런가 하면 ‘곱디고운 가을의 색이 지천에 널렸다’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수목원의 단풍길. 레드카펫을 깔아놓은 듯 붉은 단풍잎들이 빽빽한 산책길을 걷다 보면 쓸쓸함과 고독보다는 가을의 화려함이 깊은 충만으로 다가온다. 지금이 아니면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붉은 단풍길. 연인과 함께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며 올해의 가을을 웃으며 배웅을 하자.

이어 단풍길을 지나 마주하는 버드나무가 울창하게 드리워진 9,900㎡에 이르는 ‘벽초지’ 연못와 고즈넉한 동양의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정자 ‘파련정’. 수목원의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로 청명한 하늘과 흰 구름을 물 안에 품고 보내지 않으려는 연못과 벽초지 위에 육각의 신비를 지닌 정자, 수련을 연못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나무로 만든 수련길은 아련한 수채화 같은 풍경을 완성하며 늦가을의 운치를 더해준다.

그런가 하면 연인들에게 인기 있는 ‘주목터널’도 빼놓을 없는 수목원의 산책 코스.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을 간다는 주목나무로 이루어진 ‘주목터널’은 우리나라 그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터널로 아주 유명하다. 차가운 바람이 스미는 늦가을, 나무와 풀의 향기 속에서 길을 걸으며 지난 세월의 깊이를 느긋하게 가늠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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