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채워줄 가을 산책 – 가을에 걷기 좋은 길, 올림픽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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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싱숭생숭한 밤. 어둠이 내린 아파트 단지 자그마한 풀숲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가 오늘따라 더 생생하니 귓가에 박힌다. 건물들 틈을 옮겨 다니고, 차도를 바삐 건너 다니고, 반팔에서 긴 팔로 계절의 변화를 옷소매의 길이로 느끼게 되는 도심 생활. 생활에 정신 없이 휩쓸려 가는 와중에 창 밖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좁다란 공원의 나무들 틈에서 가을을 느끼기엔 오늘 주말 이 시간이 너무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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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를 위한, 올림픽 공원

 

『올림픽 공원』에는 9경이 있다. 9가지의 볼거리=구경(九景)을 뜻하는 이 9구경에는 답답한 건물들 틈이 지겨운 그대를 위해 끝도 없이 펼쳐진 탁 트인 들판이 있다. 잔잔한 흐름 속에 잊어버리고 싶은 것들, 추억하고 싶은 것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함께 나누려는 우리의 소중한 시간을 위해 유유히 흐르는 호수와 음악분수도 있고,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누리고 싶은 감성 풍부한 그대를 위해 평화와 사랑, 화합을 상징하는 조형물과 조각이. 넓은 공원에서 소소하게 펼쳐지니 더욱 운치가 있는 야외공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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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유물의 흔적을 따라 호젓한 <몽촌토성 산책로>, 계절에 따라 아름다운 장관을 보여주는 산책길은 문명의 상징인 높다란 빌딩과 조화롭게 어우러져있다. 불그스름한 해질 녘 하늘이 거대한 건물들 틈에서, 물감을 물에 푼 듯 서서히 물들이고 있을 때의 광경을 벤치에 앉아 바라보고 있을 때는, 이 세상이 단 한 줌의 어두움도 없이 『올림픽 공원』의 상징인 <세계 평화의 문>처럼 사랑과 평화로 가득 차 보인다. 작은 틈도 보이지 않는 푸른 풀밭 위에 오로지 한 그루, <나홀로 나무> 아래에서의 휴식 또한 놓칠 수 없다. 푹신하게 잘 자란 잔디밭은 바람이 불어오면 스르르- 소리를 내는 푸르른 바다가 되어 버린다. 아빠와 아이가 캐치볼을 하고 여유로운 피크닉을 즐기는 연인의 모습이 그림 같이 펼쳐지는 『올림픽 공원』은 어딘지 모를 허전한 그대를 위한 이 가을의 장소이다!

 

   가을, 그 이름 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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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한 찰흙 같은 비포장 길을 따라 고개를 빼죽 내밀어 큰 키를 자랑하던 코스모스 들판이 우리에겐 익숙하다. 유독 나에게 곰살궂던 시골 할머니의 집 주변, 쌩쌩 달리는 차가 끊임없이 쏟아지던 도로변, 도심의 광장과 공원에서 가을이 시작되었음을 코스모스는 정겹게 알려주곤 했다. 소담스러운 그 모습이 정겨운, 붉고 노란 코스모스가 두툼한 융단처럼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들꽃 마루>의 모습은, 황금빛 향연, 빛으로 가득한 ‘구스타브 클림트’의 그림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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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이 ‘넘치는 야성미’인 황하 코스모스는 그 꽃잎의 펼쳐짐이 곱고도 강렬한 빛깔로 물든 한복 치마처럼 둥그스름하니 주름이 잡혀있다. 바람이 꽃들을 흔들 때마다 꽃잎 사이사이로 달콤함이 베인 향기가 새어 나온다. 끊임없이 꿀을 떠다 나르는 꿀벌처럼 수도 없이 빽빽한 코스모스의 향기에 취해 천천히 천천히, 어느 샌가 걸음이 느려진다. 형형색색 발랄한 봄 꽃과는 다른 서정적인 기품이 느껴지는 가을꽃의 소박함은 이렇게 마음 한 구석, 한 점의 여유를 준다. 탐스런 조롱박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원두막 정상의 반대편, 언덕 빼기 아래에는 자잘하게 펼쳐진 풍성한 꽃잎의 족두리 꽃밭이 펼쳐져 있다. 눈 부시는 강렬한 빛깔의 황하 코스모스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족두리 꽃은, 바람을 따라 흔들리는 모습이 흡사 갈대 같이 느껴진다. 또 다른 <야생화 단지>에는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한 귀여운 꽃잎을 가진 코스모스가 다채로운 색상의 옷을 빼 입고 고개를 흔들고 있다. 곱디고운 여염집 규수 같은 화사한 모습이 그만, 한 참을 꽃밭을 떠나지 못하는 나비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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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내려놓는 계절,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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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따사로운 햇살, 내리쬐는 하늘이 더욱 더 높다란 계절, 바다를 닮아 파랗다가도 금세 그 누구도 표현할 수 없는 색으로 물들어 버리는 가을 하늘. 가을의 선선한 바람을 느끼고, 바람에 흔들리는 사람을 닮은 가을꽃에 흠뻑 취해도 보며, 잠시 일상의 부산함과 그 어깨의 무거움을 내려놓자. 가을의 향취가 가득한 자연은 괜시리 공허한 내 마음을 가득 채워 줄 것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이 순간을 그대로 멈춰 버리게 하는 마법 같은 계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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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공원
위치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로 424
문의 02)410-1988 http://www.olympicpark.co.kr/
개방시간 연중무휴 / 도보, 자전거 : 05:00-22:00 (광장지역 24:00) / 차량 출입 개방 시간 : 05:00-22:00
주차요금 선불제(동2문,남2문,북2문)4,000원 / 후불제(남3문, 남4문, 회관, 파크텔)최초 1시간 1,000원 이후 20분당 500원 (할인 외 정보는 홈페이지 참조)
편의시설 안내센터, 공연장, 티켓박스, 올림픽공원 도서관, 유모차 대여소, 각종 음식점 및 커피숍, 편의점
찾아가는 길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1번 출구 / 지하철 5호선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

 

함께 하면 더 좋은 음악

이문세 – 가을이 오면
가을방학 – 가을방학(Album Ver.)
Bombay Bicycle Club(봄베이 바이시클 클럽) – Rinse Me Down
Oasis(오아시스) – Stand By Me

에스제이진 에디터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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