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2015년 8월 26일

경복궁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경복궁, 조선역사의 600년의 시간을 품은 채로 잠들어 있다. 도심에 어둠이 내리는 시간이면 경복궁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난다. 그건 바로 경복궁 야간개방. 어디 그뿐인가. 도심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밤 풍경을 선물하는 그곳은 낮과는 천양지차. 굳이 자세히 보지 않아도 두루뭉술한 것만으로도 아름답다. 600년의 역사가 아로 새겨진 곳에서 보내온 초대장. 나는 경복궁으로 간다.

조선의 정궁이자 가장 오래된 궁궐, 경복궁

경복궁은 1395년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한 후 북악산 아래 조선의 정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경복(景福)’이란 이름은 ‘큰 복을 누리라’는 의미로 정도전이 지은 것이다. 해치상이 지키고 있는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 앞으로 쭉 뻗어 있는 세종대로가 그 옛날 육조거리였던 것은 이제 사극으로만 만날 뿐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역사는 과거로부터 미래로 향하고 있지 않은가?

치열해도 너무 치열한 경복궁 야간개방.

경복궁이 창건 615년이던 지난 2010년, 문화재청에서는 경복궁을 비롯해 고궁 야간개방을 실시했고 그 인기는 어마어마했었다. 그로부터 벌써 5년이 지났건만 인기는 여전하다. 경복궁 야간개방의 관람권은 인터넷으로 사전 예매가 실시되는데 예매시작과 동시에 10분 안에 모든 표는 매진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3천원인 입장권은 10배가 넘는 가격에 암표가 거래되기도 한다는데 입장 시에 철저히 본인확인이 이뤄지니 암표로는 입장이 불가했다.

도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복궁의 밤.

야간개방시간인 오후 7시 30분이되기도 전부터 관람을 위해 긴 줄이 늘어섰다. 시나브로 어둠이 내리고 드디어 경복궁 야간 관람을 위한 홍예문이 열렸다. 관람객들은 잠들어 있는 경복궁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만나기 위해 궁으로 바쁜 발걸음을 옮긴다. 그저 문 하나를 통화했을 뿐인데 세상의 소음과는 완전히 차단됐다. 저 멀리 광화문 너머로 촘촘한 현대식 건물이 낯설다. 타임 슬립으로 조선시대에 온 듯하다. 구중궁궐의 푸른 밤은 깊었다. 평소에도 경복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회루는 밤이 되니 시시각각 화려한 조명으로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경회루는 언제나 진리다. 한숨 돌리기 위해 근정전 언저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는다. 북악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마음을 스쳐간다. 세세하게 보아야 하는 낮의 궁궐과 달리 밤의 궁궐은 두루뭉술하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궁궐의 밤이다. 잠들어 있던 시간을 깨워 만났던 경복궁의 밤. 왠지 한 여름 밤의 꿈을 꾼 듯하다. 이번 야간개방에 못 가서 아쉽다고 슬퍼말자. 가을 경복궁 야간개방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경복궁(고궁) 야간개방 꿀팁!

1. 야간개방은 광화문, 홍례문일대, 근정전, 경회루만 가능.
일반관람객이 모두 나간 다음 다시 야간개방 시간에 맞춰 재개방하는 경복궁은 광화문, 홍례문 일대, 근정전과 경회루만 개방한다. 이중 광화문과 홍례문 일대는 입장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상시 관람이 가능하다.

2. 경복궁 야간관람은 일반인의 경우 인터넷(인터파크 티켓, 옥션 티켓)으로만 입장권 구입이 가능하며 1인당 4매로 제한이 된다. 단, 만65세 이상 어르신과 외국인은 현장구매가 가능하다.

3. 치열한 인터넷 입장권 구매에 성공하려면 무조건 무통장 입금으로 결제한다. 신용카드의 경우 무통장 입금에 비해 여러 단계의 절차가 필요함으로 자칫하면 결제과정에서 선점한 표가 이미 다른 사람의 몫이 될 수 있다. 예매 당일에 실패했다면, 이틀 뒤 취소표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다. 예매 이틀 뒤 무통장 입금이 되지 않을 경우 취소표가 발생한다. 이 경우 예매일보다 성공할 확률이 훨씬 높다. 참고로 취소표가 나오는 시간은 인터 파크의 경우 새벽 2시 5분 전후에 취소표가 열리고 예매가 가능해진다.